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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발견
파도 위에서
건져 올린또 다른 나
강민석 세아항공방산소재 기사파도 위에서 건져 올린 또 다른 나
강민석 세아항공방산소재 기사
강민석 기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낚싯대를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마치 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그의 집에는 대나무처럼 빼곡히 세워진 낚싯대들과 형형색색의 루어가 가득했다. 직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의 또 다른 모습, 바다에 푹 빠진 낚시광 강민석 기사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낚시에 낚인 남자
"휴일이면 주로 통영으로 내려가 낚시배를 탑니다. 아버지를 따라 바닷가에 갔던 어린 시절이 낚시와의 첫 만남이었죠. 단순히 고기를 잡는 즐거움보다 기다림 속의 설렘, 자연 속에서의 여유가 좋았습니다. 성취감 또한 큽니다. 80cm짜리 방어와 87cm 참돔도 잡아봤죠. 계속 기록을 갱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직장에서는 맡은 역할과 책임감을 우선시하며 전문적이고 신중한 강민석 기사지만, 회사 밖에서는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가득한 모습이다. 바다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집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지만, 그의 진짜 설렘은 언제나 바다 위에 있다.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하셨어요. 유치원 때 아버지를 따라 민물낚시를 갔다가 물에 빠진 적도 있죠." 그는 웃으며 추억을 떠올렸다.
2013년 세아항공방산소재에 입사한 뒤 본격적으로 낚시에 빠져든 그는, 첫 무늬오징어를 낚았던 순간을 가장 잊지 못할 경험으로 꼽는다. "오랫동안 입질이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 강하게 끌려오는 손맛을 느꼈어요. 그 짜릿한 전율이 지금까지 낚시를 계속하게 만든 계기였죠."
강민석 기사는 주로 루어 낚시를 즐긴다. 가짜 미끼로 물고기를 유혹하지만, 어쩌면 미끼에 진짜로 낚인 것은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바다 위에서 만난 또 다른 나
그 역시 처음에는 초보였다. 낚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낚시인들과 교류하며 실력을 키워갔다. 패턴을 분석하고 장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깊이 낚시에 빠져들었다.
"오랫동안 낚시를 하다 보니까,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조건일 때 고기가 잘 잡히는지 이제는 저만의 데이터가 쌓였습니다."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한때는 매년 제주도를 찾았고, 대마도와 오키나와 등 해외 출조에도 나섰다. 하루에 무늬오징어만 100마리, 한치 200마리 이상을 낚은 적도 있다.
"2년 전쯤 한치 낚시를 갔어요. 배를 타고 3~4시간을 나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계선까지 갔죠. 그라인을 넘어가면 안 되는데, 새벽 1시쯤 파도가 너무 심해져 배 안으로까지 물이 들어왔습니다. 결국 철수할 수밖에 없었죠. 잘 잡히던 상황이라 아쉬움이 남았지만,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지금 그의 주 장르는 무늬오징어와 한치다. 통영과 남해 동부권 시즌에 맞춰 출조하며, 동호회 대신 자신의 경험을 영상과 글로 기록해 낚시인들과 소통한다.
바다에서 배운 것들
"낚시를 하면서 조급해도 결과는 빨리 오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힘든 일이 생겨도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분히 풀어가려는 태도를 가지게 됐어요."
강민석 기사는 낚시를 통해 가장 크게 '인내'를 배웠다. 실패 속에서 배우는 경험이 인생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는 자신감 있게 동료들에게도 낚시를 추천한다.
"기다림과 집중을 통해 인내심을 기르고,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혼자서도 즐길 수 있고, 함께라면 협력과 소통의 기쁨도 느낄 수 있죠."
갯바위, 방파제, 기상 환경 등 위험 요소가 많은 낚시는 모험심을 자극하고, 그래서 더 짜릿함을 선사한다. 또 동료 문화가 발달해 단체 출조를 통해 유대감이 깊어진다는 점도 매력이다. 오랜 시간 이런 바다낚시의 세계를 경험해온 그는 낚시배를 운영하는 꿈을 꾼다. "현재 소형선박 면허증도 취득했습니다. 언젠가 제 배를 갖고 싶어요."
그의 애정은 장비에서도 드러난다. 장비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그에게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일상의 작은 행복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건 60대 정도예요. 보통 1년 주기로 신제품이 나오는데, 사람 심리가 새 옷이 나오면 또 사고 싶잖아요? 낚싯대도 마찬가지죠. 사실 새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건 아닌데 자기 만족이죠."
직장 밖 바다 위에서 그는 책임 대신 자유를, 긴장 대신 설렘을 낚아 올리고 있었다. 그에게 낚시는 인내와 성취, 모험과 자유를 동시에 안겨주는 삶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일상과 바다라는 무대에서, 그는 오늘도 낚시를 통해 배운 인내와 감사의 마음으로 또 한 번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