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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의 추억은 철을 타고

    겨울 감성 물씬,
    겉바속촉 붕어빵

    겨울 감성 물씬, 겉바속촉 붕어빵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K-Culture의 일부로 여겨진다. 드라마 등 K-콘텐츠에 등장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세계인의 관심을 자극했고, 지구 반대편에서 판매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컨대 한국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이자 국민 간식인 ‘붕어빵’이 있다.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붕어빵의 입지는 대단하다. 찬바람이 스치면 생각나는 붕어빵, 그 안에 담긴 사연을 알아본다.

    풀빵 계의 세대교체, 국화빵에서 붕어빵으로

    국어사전에서 ‘붕어빵’을 찾아보면 ‘붕어 모양의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풀빵’이라고 풀이돼 있다. 다시 풀빵의 뜻을 찾아본다.

    ‘철판으로 된 틀에 밀가루 반죽물을 부어 굽는 한국의 빵류’라는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름이 왜 하필 풀빵일까?

    도배할 때 쓰는, 쌀이나 밀가루로 쑨 풀과 비슷한 모습의 반죽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풀빵 계의 초창기 대표 주자는 국화빵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오방떡을 만드는 빵틀이 유입되면서 등장했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국에서 원조 식량으로 대량의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대중화됐고, 붕어빵은 그 뒤를 이어 1990년대 무렵부터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우리의 붕어빵이나 국화빵도, 일본의 오방떡도 사실 서양의 와플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벌집 모양의 빵틀에 밀가루 반죽을 넣고 양면을 구워낸 빵 말이다. 와플과 붕어빵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아무리 같은 재료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붕어 모양이어야만 붕어빵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붕어 모양의 철판 틀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붕어빵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붕어빵의 변형 버전으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황금 잉어빵도 있다. 황금 잉어빵은 모양뿐만 아니라 재료에서도 붕어빵과 차이가 있다. 반죽에 밀가루와 함께 찹쌀과 버터를 첨가한 것. 붕어빵은 배 부분에만 팥이 들어 있는데 황금 잉어빵은 꼬리까지 들어 있다는 점도 다르다. 그러다 붕어빵이 황금 잉어빵의 장점을 흡수하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황금 잉어빵은 점차 거리에서 사라졌다.

    붕어빵은 요즘

    붕어빵이 길거리 음식의 주인공이 된 데는 저렴한 재료비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밀가루와 팥의 가격이 오르며 붕어빵 노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전후 관계는 모호하지만 비슷한 시점에 가정용 붕어빵 틀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편의점 붕어빵이나 제과점, 카페 붕어빵이 등장했다. 인터넷에 ‘붕어빵’을 검색하면 붕어빵 틀과 재료를 파는 오프라인 판매점들이 줄줄이 나온다. 유튜브에는 붕어빵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다양한 영상이 올라와 있다.

    최근에는 붕어빵 전문점, 붕어빵 카페들이 핫하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매장에는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고, 레트로 감성의 소품으로 붕어빵 노점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예 천막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다. 깔끔한 것을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붕어빵 판매점의 변화로 해석된다.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붕어빵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듯 붕어빵의 자리는 밖에서 안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붕어빵은 길거리에서 사 먹어야 제맛이라며 붕어빵 노점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붕어빵 노점 위치를 찾아주는 스마트폰 어플까지 등장했다. 기존에도 군고구마, 군밤, 어묵, 호떡, 땅콩 과자 등 겨울철 간식 판매점을 찾아주는 정보 공유 서비스가 존재했다. 이것을 ‘붕어빵’에 특화한 정보 공유 서비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 어플에서는 붕어빵 노점별 맛과 서비스 평가는 물론 가격대와 영업시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요즘 붕어빵 풍속도의 또 하나는 재료의 변주다. 팥붕, 슈붕이 붕어빵의 양대 산맥인 것은 여전하지만 소금 붕어빵부터 버터, 크림치즈, 피자, 초콜릿, 고구마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붕어빵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김치 붕어빵, 불닭 붕어빵이 있는가 하면 달걀과 베이컨을 곁들인 식사 대용 붕어빵까지 등장했다. 어찌 됐든 붕어빵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어디서 팔든, 어떤 재료로 만들든 붕어빵은 다 붕어 모양이다. 같은 모양의 빵틀에 구워 나온 똑 닮은 붕어빵들 위로 뽀얀 김이 피어나는 풍경이 상상만 해도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