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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발견
암벽이 거기 있기에
나는 암벽을 오른다세아홀딩스 지원팀
김명제 사원암벽이 거기 있기에 나는 암벽을 오른다
세아홀딩스 지원팀 김명제 사원
“산이 거기 있기에 나는 산을 오른다” 전설적인 등반가 조지 말러리(George Mallory)가 남긴 명언이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그 끝에는 어떤 보상도 없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일, 그것보다 삶에 에너지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명제 사원이 인공 암벽을 오르는 이유도 마찬가지. 오르는 그 자체가 좋고 해냈을 때 느끼는 나만의 희열이 인공 암벽 등반을 계속하게 만든다.
인생 운동을 만나기까지
가파르게 깎아지른 암벽 위로 크고 작은 홀더들이 불규칙하게 박혀 있다. 그 벽을 조용히 오르는 한 남자.
본캐는 세아홀딩스 지원팀 소속의 직장인, 부캐는 인공 암벽을 타는 클라이머. '부캐의 발견' 첫 번째 주인공, 김명제 사원을 영등포의 한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만났다. 겉으로 보기엔 고요해 보이지만, 사실 저 위에서는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한 손,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어느새 등줄기를 따라 땀이 흐른다. 조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초긴장 상태로 한참을 오르던 끝에, 마침내 김명제 사원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시고 미소가 보였다.
"맨몸 운동은 대학 때부터 6, 7년간 해왔어요. 몸의 균형이 잘 안 맞아서 그걸 바로잡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죠. 당시에는 학생이다 보니 철봉이나 팔굽혀펴기처럼 돈 들이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주로 했어요."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은 '교정'이나 '치료' 목적에 가까웠다.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꾸준히 할 수 있었고, 입사 후에는 사내 피트니스 시설에 매일 출석 도장을 찍으며 건강을 관리했다.
"한때 테니스도 즐겨 했는데 파트너가 없다 보니 꾸준히 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인공 암벽 등반을 해봤는데, '잘한다'는 말을 들은 거예요. '어! 나 재능 있나?' 싶어서 그 자리에서 강습권을 결제해 버렸죠."
입사 후 서울에 올라온 김명제 사원은 한때 일종의 향수병을 겪었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숲을 찾아 산에 다니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에도 북한산을 오를 만큼 등산에 빠져 지냈다.
그렇게 ‘오르는 것’의 재미를 깨달은 김명제 사원의 눈에 인공 암벽 등반이 들어온 건 1년여 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얼마 후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처음 찾은 그는 암벽등반에 빠졌고 바로 강습권을 끊었다.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싶을 만큼 재미있었다. ‘인생 운동’을 만난 것이다.
인공암벽등반의 치명적 매력
온전히 '하고 싶어서' 운동을 한다는 '운동 러버' 김명제 사원. 점심시간에 피트니스, 퇴근 후에도 피트니스, 저녁에는 요가. 하루 세끼 식사하듯 하루 세 번의 운동이 루틴인 그에게 짬을 내지 않아도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주말은 무척 행복한 시간이다.
"인공 암벽 등반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평일에도 했는데, 요즘은 주말에만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높은 곳에 오르는 운동이다 보니 다칠 위험도 있는데 저도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라 무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약속 없는 주말이면 거의 클라이밍장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암벽 위에서는 오직 나 혼자다. '과연 가능할까?' 싶은 것들을 스스로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암벽 등반이 정말 재미있다는 김명제 사원. 요가를 시작한 이유도 암벽 등반에 스트레칭이 도움될 것 같아서라니, 그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암벽 등반을 시작한 뒤로 집중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하게 되고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보니 매 순간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암벽 등반은 머리와 몸을 동시에 쓰는 운동이다. 최적의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빠른 계산과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즉각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암벽 등반의 큰 매력이다. 정확한 포인트를 잡고 나아갈 때 느끼는 짜릿함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재미, 집중력 향상, 짜릿한 성취감처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장점 외에, 김명제 사원이 느끼는 인공 암벽 등반의 또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 "클라이밍은 우선 분위기 자체가 정말 좋아요. 제가 누군지 모르는데도 아래에서 응원을 보내주고 해냈을 때 박수와 환호를 보내줘요. 인공 암벽 등반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만으로 다른 사람들과 서로 에너지를 나누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죠"
15년 뒤의 목표, 울릉도 장군바위 등반
인공 암벽 등반에 관심 있는 세아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김명제 사원은 망설임 없이 인공 암벽 등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기술을 배우기만 하면 근력이나 체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별도로 갖춰야 할 장비도 암벽화와 초크 정도로 단출해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고 말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죠. 계속 넘어야 할 새로운 산이 나타나니까 지루할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실력을 쌓은 후에는 자연 암벽 등반에 도전하고 싶어요."
암벽 등반이라는 멋진 운동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는 김명제 사원. 그래서 다치지 않도록 몸을 아끼면서도 이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작년에 부모님과 울릉도로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차 타고 장군바위를 지나는데 한 중년 남성이 거침없이 암벽을 오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15년쯤 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김명제 사원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많은 '시작'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다면, 누구라도 멋진 '부캐'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김명제 사원의 계속될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