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과 거창군,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남쪽의 부드러움과 북쪽의 웅장함을 함께 품은
산이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 풍경이 유독
매력적이다.
구천동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덕유산 산행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는 편도 8.5km
거리로, 약 3시간 남짓 산행을 해야 한다. 단단히 결심을
하고 들어선 탐방로는 다행히 경사가 완만하고 곳곳에
쉼터가 있어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숨이 가빠질
무렵 눈부신 세상이 펼쳐졌다. 겨울 나무들이 눈꽃터널을
이룬 좁다란 계단길. 또 다른 차원으로 이어질 것만 같은
아득한 풍경 속에 숨소리만 귓전을 울린다. 시야를 가득 채운 새하얀 눈과 짙푸른 하늘, 그 선명한 대비는 어떤 화려한 색의 조합보다 찬란하고 고결하다.
옛 사람들이 왜 덕유산의 겨울 풍경에 찬사를 보냈는지
실감하며, 곱게 반짝이는 능선을 걸었다. 눈의 궁전에 놓인
계단을 오르는 듯한 꿈결 같은 시간이다.
그렇게 한참 호사로운 산행을 이어가자 세월이 느껴지는
고풍스런 일주문이 나타났다. 신라 신문왕 때 백련이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중 흰 연꽃이 솟아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백련사다. 산그림자가 드리운 경내를 거닐며 절을
감싸듯 둘러선 봉우리들을 바라본다. 속세의 먼지가 걷히고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