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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랩 등급의
    한계를 넘어
    다시 설계하다

    세아베스틸 세아업적상 금상 수상팀

    스크랩 등급의 한계를 넘어 특수강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다

    세아베스틸 세아업적상 금상 수상팀

    철강산업은 지금 큰 전환점에 서 있다. 탄소중립 규제가 본격화되며 전기로 생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고급 스크랩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특히 특수강 제조사에게 고급 스크랩은 '품질을 지키는 최소 조건'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나 대형 고로사들이 대량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국면에 놓였다.

    세아베스틸은 이 난제를 돌파하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고급(생철) 스크랩이 없다면, 저급(노폐·경량) 스크랩으로도 좋은 특수강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이 목표 아래 구매·품질·연구·생산 등 전 부문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스크랩 최적화 TF팀'이 꾸려졌다.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과 경험을 하나로 모아 기술적 한계를 넘어선 이들의 도전은, 결국 세아업적상 금상 수상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탄소중립 시대, 특수강의 생존을 건 도전

    TF팀 결성의 배경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이 있었다.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고로사들은 전기로 설비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전기로 공정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철류 고급 스크랩 사용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 결과 고급 스크랩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특수강 제조사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했다.

    이 상황을 설명하며 이재만 부장은 “특수강은 스크랩의 질에 매우 민감하다"며 "상당 수준 이상의 고급 스크랩이 투입돼야 원하는 성분과 품질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시장에서 구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절박함이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모두를 하나로 묶었다. 구매부터 품질, 연구, 생산까지 전 과정이 긴밀히 연결된 과제였기 때문이다.

    불순물, 억제의 대상에서 활용의 해법으로

    경량 스크랩을 사용하면서도 고급 스크랩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품질을 구현하는 것. 2023년 6월 출범한 업적상 수상팀의 목표는 명확했다.

    경량 스크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장기간 사용 과정에서 구리(Cu), 크롬(Cr) 등 불순물이 다량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순물은 특수강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구리는 철강 표면에 미세한 크랙을 유발하는 이른바 '카파 취성'을 일으킨다.

    업적상 수상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카파 취성이 나타나는 온도 구간에 주목했다. 창녕공장과 군산공장의 소형 압연 설비 운전 조건과 온도 특성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카파 취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온도대를 특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공정에서 온도를 상향 제어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윤성진 부장은 "온도를 적절히 제어하면 구리 함량이 다소 높더라도 표면 크랙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테스트를 반복했다"면서 "그 결과 카파 취성에 의한 침상 크랙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온도 조건을 찾아냈고, 이를 양산공정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불순물인 크롬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거' 방식 대신 '제어와 활용'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했다. 크롬 함량이 규격(0.20%)을 초과할 경우 국제 규격상 일반 제품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그동안 대부분 폐기하거나 활용처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업적상 수상팀은 발상을 전환해 고경화 특성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 특히 볼트 소재 시장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일부 고객이 오히려 강도와 경화능(경도)을 높이기 위해 크롬 함량이 높은 소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성준 주임연구원은 “우리에게는 문제였던 요소가 고객에게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크롬 함량을 높인 신강종 SM45CRBK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성과를 통해 기존에는 '처치 곤란'이던 크롬 오버 스크랩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원료로 전환할 수 있었다.

    효율적인 투입방식을 개발하다

    업적상 수상팀은 경량 스크랩의 또 다른 한계에도 주목했다. 경량 스크랩은 부피 대비 금속 성분이 적고 형상이 불규칙해 전기로 투입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업적상 수상팀은 경량 스크랩을 압축해 부피를 줄이는 동시에, 카본을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전기로 공정에서는 전기 에너지와 화학 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해 스크랩을 용해하기 때문에, 스크랩과 함께 카본 소스 투입이 필수적이다.

    "저희는 '카본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자동차 부품의 폐소모품 가운데 러버의 형태이면서 카본을 함유한 재활용 소재들을 발굴해 새로운 압축 스크랩 공법을 개발했습니다" 이기원 과장의 설명이다.

    이형록 부장은 새로운 압축 스크랩 공법에 대해 “'찐빵 속 팥'처럼 경량 스크랩 속에 카본을 첨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여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전기로 투입 효율이 개선됐고, 작업 편의성과 안전성도 함께 높아졌다.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효율을 개선한 이 기술은 업적상 수상팀의 창의성과 실행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서의 경계를 넘어선 진짜 '원팀'의 힘

    경량 스크랩 사용 비중을 늘리면서도 기존과 동등하거나 일부는 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연간 약 58억 원 수준의 재료비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강승철 부장은 “이번 성과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고급 스크랩 수급환경이 악화되더라도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업적상 수상팀은 경량 스크랩 사용성을 대폭 높이며 원가 절감, 품질 안정성 유지, 신규 시장 발굴이라는 세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회사의 향후 생존 전략을 뒷받침하는 기반 기술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스크랩 자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성과는 세아베스틸의 기술적 자립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어느 한 부서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업적상 수상팀은 기술 개발과 함께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초기에는 경량 스크랩 투입으로 작업 강도가 높아지며 현장의 부담과 거부감이 컸지만, 작업자를 고려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병행하며 분위기를 점차 바꿔 나갔다. 데이터에 기반한 설명과 현장에 대한 공감이 쌓이면서, 저급 스크랩 활용에 대한 기술적 자신감도 함께 자리 잡았다.

    강다형 과장은 “단순히 '해야 한다'고 설득하기보다, 러버 혼합 압축 스크랩처럼 현장을 실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했다”며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는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호상 부장 역시 “낮은 등급의 스크랩 사용을 늘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선택이었습니다.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이 중단되고 고객 신뢰도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데이터를 공유하고 실험을 반복하면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조금씩 쌓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제조를 향한 다음 도전

    이들의 업적은 단순한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넘어, 세아의 미래 제조 경쟁력을 스스로 만들어낸 혁신의 기록이다.

    그 여정을 되돌아보며 김주한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생존의 문제였기에 시작했지만, 그 결과 새로운 성장의 길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변화가 회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가진 기술과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특수강 시장에서 세아의 경쟁력을 지켜 나가겠습니다."

    업적상 수상팀은 이번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 프로세스의 고도화와 AI 기반 디지털 혁신을 두 축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스크랩 확보'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투입 최적화 모델을 더욱 정교화하고, 공정 내 불순 성분 제어 및 표면 품질 리스크 예방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AI 기반 영상 자동화 검사 시스템 도입을 통해 선제적 품질 관리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손준영 부장은 “다양한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공정 조건을 정밀하게 다듬어 나갈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이에 대해 강승철 부장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번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더 어려운 문제도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세아인들, 그리고 한마음으로 뭉칠 때 발휘되는 시너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이다. 이를 증명한 세아베스틸 세아업적상 금상 수상팀의 다음 여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