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의 역사였다. 고대 도시국가가 돌과 흙을 쌓아 성곽을 세운 이유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중세 유럽의 성채나 동양의 산성, 궁궐의 방어 체계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혁명 이후 화약과 대포가 등장하고 군수사업이 체계화되면서, 방위력은 국가의 존립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첨단 무기체계, 사이버 방위망, 원자력 기반의 국가 에너지 보호까지 방위의 개념은 한층 넓어졌다. 역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국민의 안전은 철저한 방어 체계와 이를 뒷받치는 기술력,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안보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국방기술의 자립은 단순한 안보 문제를 넘어 국가과학기술 및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기술이 곧 안보다
국방기술은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술 발전을 견인해온 동력이었다. 고대 로마의 도로와 성벽은 군사적 필요에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교역과 도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20세기 냉전 시대에는 군사기술이 항공우주, 통신, 인터넷 등 첨단 산업으로 확산되며 민간 기술 발전을 선도했다.
오늘날 드론, 인공지능, 반도체, 원자력 기술 등도 대부분 국방기술에서 비롯됐거나 긴밀히 연관된 분야다. 냉전 시기 군사적 필요로 탄생한 위성항법시스템(GPS), 인터넷, 제트엔진 등은 민간 영역으로 확산되며 세계 경제와 일상생활을 바꾼 혁신의 동력이 됐다. 국방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이 민간 산업으로 이전·확산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민간의 기술혁신이 다시 군사 분야로 되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방기술의 자립은 단순한 안보 문제를 넘어 국가 과학기술 및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기술력이 없는 국방은 외부 의존에 취약하며, 안보의식이 부족한 사회는 아무리 앞선 기술을 보유해도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기술과 의식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국민의 일상과 미래가 지켜진다.
국방기술 자립, 국민을 지키는 힘
전문가들은 '국방기술의 자립은 곧 국가 생존의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수록 핵심 무기와 에너지 기술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외부 의존의 덫에 갇히게 되며, 이러한 취약성은 곧 안보위기와 사회 혼란으로 이어진다.
일례로, 터키는 오랫동안 미국산 F-16 전투기와 패트리엇(Patriot) 방공망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2019년 미국과의 군사·정치 갈등으로 F-35 전투기 프로그램에서 배제되면서 현대 전투기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고,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한국 역시 지정학적으로 긴장된 환경에 놓여 있어, 국방기술자립과 안보의식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다수의 국민이 '국민 안전을 위해 국방기술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군의 책임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의 연구개발, 학계의 인재 양성, 시민들의 안보의식까지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완전한 안전망이 구축된다.
기술력과 의식, 일상을 지키는 두 축
국방기술의 자립은 단순히 국경을 지키는 문제를 넘어, 국민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첨단감시·정찰기술은 군사작전뿐 아니라 재난 발생 시 인명 구조에 활용된다. 사이버 보안 기술은 군사 기밀 보호는 물론, 금융·통신 등 민간 인프라의 안정성까지 책임진다. 원자력 안전 기술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어 국민생활의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철저한 기술력과 성숙한 안보의식이 조화를 이룰 때, 국민의 삶은 비로소 안전해진다. 국방기술은 안보의식이 더해질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기술에만 의존하면 방심하게 되고, 반대로 의식만 있고 기술이 부족하면 그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철저한 기술력과 성숙한 안보의식이 조화를 이룰 때, 국민의 삶은 비로소 안전해진다.
2010년 이란의 원자력 시설을 마비시킨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는 기술과 의식의 불균형이 초래한 대표적 사례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란은 원심분리기와 제어시스템이라는 첨단 핵기술을 보유하고도 사이버 보안 의식과 방어 체계의 미비로 이를 지켜내지 못했으며,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위기를 겪었다.
준비된 자만이 미래를 지킨다
국방기술자립과 안보의식은 단지 오늘의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조건이다. 고대 성곽에서 시작된 인류의 방어 체계는 이제 인공지능, 우주방위, 사이버 안보로 진화하고 있다. 역사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만 안전한 미래를 허락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기술자립을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국민 모두가 안보의식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며, 국가와 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일상은 더욱 안전해지고, 우리의 미래는 더욱 든든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