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세아제강이 창립 65주년을 맞았다. 강관으로 산업의 혈맥을 잇겠다는 포부와 함께
출발한 세아제강의 발걸음은 오일쇼크와 IMF 외환위기 등 통상환경의 격변을 헤치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 길을 앞서 걸으며 좌절과 성취의 긴 여정을 지나온 이들이 있다. 세아제강 임원 출신 모임 '세강회'의
네 명의 선배가 한 자리에 모여 65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후배 세아인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세강회, 선배들의 품격 있는 연대
세강회는 1978년, 원로 선배 8명이 "한번 모여보자"는 뜻으로 시작한 작은 모임에서 출발했다.
1983년에는 회칙을 갖추고 정식으로 출범했으며, 초대 회장으로 고(故) 최병선 회장이 선출됐다.
사무소는 종로·중구 일대에 자리했고, 회사의 든든한 지원과 선배들의 헌신이 어우러져 끈끈한 전통이 이어졌다.
현재 약 60명의 회원이 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며, 연 5회의 정례모임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세강회는 '선후배의 연결이 곧 조직의 복원력'이라는 믿음 위에 존재한다. 이태윤 세아제강 감사는
"세강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후배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됐으면 한다"며, 선후배가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아의 문화를 강조했다.
산업의 혈맥을 이어온 65년
세아제강의 65년은 '변곡점을 넘어서는 법'을 내재화한 시간이었다. 부산철관공업에서 출발해
산업의 혈맥이 될 강관을 만들던 회사는 1970년대 포항공장 준공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산 104톤 SRM 설비를 도입해 국내 최초로 석유시추용 강관을 생산했고, 미국석유협회(API) 규격 인증에
대응하며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일쇼크라는 거센 파고 속에서도 기술 확보와 수출 확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으며, 도시가스 합작과 특수강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환율 변동을 활용한 수출 확대와 자산 개발로 회사를 지켜냈고, 이후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그 여정 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네 사람의 이야기에는 과감함과 우직함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장면들'이
빼곡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내수가 얼어붙자 환율 변동을 기민하게 활용해 수출 판로를 넓혔고, 때로는
미수금 회수를 위해 며칠씩 사무실 문턱을 지키는 집념도 필요했다. 자산과 포트폴리오 전략에서도 선견지명과
실행력이 빛났다. 공장 이전 부지의 개발과 분양, 도시가스 등 비주력 포트폴리오 정비는 재무의 안전판을
키웠고, 이는 다시 핵심 사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세아제강은 오일쇼크의 여파 속에서도 수출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했다.
함께 써 내려갈 다음 100년
마정락 前 세아M&S 대표이사는 2004년 세아제강 베트남 법인 대표로 부임해 겪었던 어려움을 회상하며
"적자로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서 상황이 나쁠수록 성장 가능성의 폭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세아M&S는 2년 사이 8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이뤄냈고, 이러한 성과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류재섭 세아로지스 대표이사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발생으로 전 세계 경제가 큰 혼란에 빠졌을 당시를
언급하며 "세아제강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회사는 위축되기보다
'수출 확대를 돌파구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범용 강관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대대적으로
개척했고, 이를 위해 인천 부두에 수출 전용 창고를 마련해 생산과 선적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효율적인 물류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세강회의 이야기 속 모든 장면에는 공통의 법칙이 있었다. 선견지명을 바탕으로 한 빠른 판단,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요한 실행, 그리고 신뢰를 원천으로 함께 버텨내는 연대가 그것이다. 이 법칙은 지금의
세아인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초개인화 시대, N의 시대로 불리는 지금, 진정한 변화와 성장은 언제나
'함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서로를 믿고,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마음.
그 주인의식이야말로 세아의 65년을 지탱해온 힘이자, 앞으로의 100년을 향해 나아갈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65년 동안 수많은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단단히 이겨낸 세아인들의 저력을 믿으며, 오늘의 위기 역시
멋지게 넘어설 세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