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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을 두드리는
오페라 선율2025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
봄의 문을 두드리는 오페라 선율
2025년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
지난 3월 14일 저녁, 꽃샘추위가 찾아온다는 예보가 무색할 만큼 서울 예술의전당 인근 거리는 금요일의 여유를 즐기는 가벼운 옷차림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반가운 봄기운 속에 음악회를 찾은 관객들의 발걸음도 한층 여유로웠다. 수준 높은 오페라 작품으로 깊은 감동을 전한 '2025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 현장을 담아본다.
물의 요정 '루살카'가 겪는 사랑과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을 아름다운 음악과 서정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
- 최고의 작품으로 다시 찾아온 2025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오랜 시간 순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을 품었던 故이운형 회장의 뜻을 기리며 2013년 설립됐다. 예술에 대한 그의 사랑을 이어받은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과 학술연구를 폭넓게 지원하며, 예술가들의 열정과 노력의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개최돼 온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는 대중에게 오페라를 친숙하게 소개하고, 후원 아티스트들에게는 무대 경험을 제공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왔다. 해외 유명 오페라 스타를 초청해 국제적인 교류의 장을 여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엄선된 작품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여온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가 올해 무대에 올린 작품은 체코의 거장 안토닌 드보르자크(A.Dvorak)의 대표작인 <루살카(Rusalka)>이다. 물의 요정 '루살카'가 겪는 사랑과 배신,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을 아름다운 음악과 서정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이 작품은 1901년 프라하 초연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가족, 친구, 연인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일찌감치 객석에 앉아 프로그램북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관객들도 보였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관객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공연장에 속속 입장했다. 잠시 후 동화 속 숲을 연상시키는 무대 중앙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 잡았고, 그 앞에 선 지휘자의 손끝이 움직이며 공연의 막이 올랐다.
아름다운 음악에 담긴 간절한 사랑
'체코어판 인어공주'로 불리는 오페라 <루살카>는 슬라브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과 요정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물의 요정 루살카는 어느 날 호수에 나타난 왕자에게 사랑에 빠지고, 인간이 되어 그와 함께하고자 마녀 예지바바를 찾아간다. 말할수 없으며, 만약 버림받는다면 다시는 요정으로도 인간으로도 돌아올 수 없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루살카는 사랑을 위해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루살카를 본 왕자는 한눈에 그녀에게 반해 왕궁으로 데려가지만, 곧 말이 없는 그녀에게 싫증을 낸다. 결국 왕자는 매력적인 이국의 왕녀에게 마음을 돌리고, 루살카는 버림받는다. 루살카가 요정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을 버린 남자를 죽여 피를 마시는 것.
그러나 그녀를 찾아 다시 호숫가에 나타난 왕자는 "당신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차라리 당신의 키스 속에서 죽으리라" 고 고백한다. 결국 루살카와 왕자는 뜨거운 포옹 속에서 기꺼이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왕자'를 사랑하게 된 요정 루살카가 겪는 갈등과 고난,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갈망과 희생을 담은 이야기는 드보르자크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악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표현되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루살카의 아리아 달에게 부치는 노래(Měsičku na nebi hlubokém)'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왕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애절하고도 감미롭게 담겨 있다. 루살카가 물고기의 꼬리를 버리고 다리를 얻는 장면에서는 마녀 예지바바의 노래 '마법의 주문(Cury mury fuk)'이 흐르며 신비로움을 더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루살카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지는 왕자는 '천사같은그대 모습(Vidino divná)'을 노래한다. 외국 공주와 왕자가 함께 부르는 이중창 '당신의 눈 속에 타오르는 불꽃(Vámvočich divný zár se zrači)'은 무대 위를 매혹적인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물의 정령들을 다스리는 보드닉은 루살카가 배신당했음을 알고 궁전에 찾아와 '루살카, 날 알아보겠니?(Rusalka, znás znáš?)'를 함께 부르며 딸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표현했다. 병든 왕자를 만난 루살카가 그와 함께 부르는 서글픈 이중창 '연인이여, 날 알아보겠어요?(Milacku, znas mne, znas?)' 는 관객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 낸 주역들
이번 공연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무대로 정평이 난 표현진 연출가가 맡아, <루살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돋 보이게 만들었다. 지휘는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 아티 스트이자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데이비드 이(David Yi)가 맡아 국내 최정상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 향악단, 노이오페라코러스와 함께 드보르자크의 화려하 고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성악가 3인이 주역을 맡아 완성도를 더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여자 성악 부문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이 루살카 역을 맡아 특유의 뛰어난 음색과 무대 장악력을 선보였으며, 같은 해 남자 성악 부문 우승자인 베이스 박종민이 루살카의 아버지 보드닉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울림과 세련된 음악을 표현했다. 2023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이자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 아티스트인 테너 손지훈은 왕자 역을 맡아 탁월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메조소프라노 과달 루페 바리엔토스(Guadalupe Barrientos), 가천대학교 성악과 교수인 메조소프라노 강은현, 그리고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소프라노 김도연, 문현주, 박성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기량을 펼쳤다.
한편 체코어라는 다소 낯선 언어로 진행된 <루살카>는 드보 르자크 음악의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이번 음악회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 지향하는 클래식 대중화의 발걸음이 더욱 넓어 지길 바란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 음악을 통해 만들어갈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