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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발견
나를 들여다보는
대련의 힘세아창원특수강 PI팀 전재현 대리
나를 들여다보는 대련의 힘
세아창원특수강 PI팀 전재현 대리
몸과 마음을 동시에 수련하는 검도. 호구를 착용한 채 기다란 칼을 들고 예를 갖춰 상대와 대련하는 검도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운동이다. 세아창원특수강 PI팀 전재현 대리는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 검도장에서 엄숙한 대련을 통해 스스로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검도와 함께 한 15년
2017년 세아창원특수강에 입사한 전재현 대리는 맡은 바를 묵묵히 해내는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다. 팀 내에서도 성실함으로 신뢰를 얻고 있으며, 회사 밖에서도 자신의 삶에 꾸준히 집중하며 하루를 채워간다. 회사 안에서는 조직이 요구하는 프레임과 역할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의미를 찾는다는 전재현 대리. 하지만 회사 밖에서는 자신만의 루틴과 일과를 충실히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검도 수련도 그 중 하나다.
“하루 업무가 고되지만, 그럼에도 퇴근 후 검도장을 찾아 검도복을 입고 호구를 착용하면 알 수 없는 힘이 다시 생겨나요. 칼을 들 힘을 얻는 거죠. 그 힘으로 상대방과 대련을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저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전재현 대리가 검도와 함께한 시간도 어느덧 15년이다. 그는 "옆집 친구가 커다란 검도 칼을 차고 길을 걷는 모습을 보고 매료됐던 것 같다"며 검도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 대해 운을 뗐다. “마음속으로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대학 진학 후 아버지께서 검도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일주일에 최소 두세 번은 꾸준히 수련하고 있습니다." 검도 수련은 보통 약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다. 보호구를 모두 착용한다 해도, 칼을 들고 상대 선수와 진지하게 마주하는 시간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검도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보는 힘을 길러주며, 그 과정에서 결단력을 얻게 한다.
'예시예종(禮始禮終)',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다
"격투 종목이다 보니 상대를 검으로 치거나 제가 맞기도 하지만, 공격과 수비가 검도의 전부는 아니에요. 경기의 시작과 끝에는 반드시 상대에 대한 예를 갖춰야 하죠. 예를 갖추지 않거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 득점을 해도 검도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검도는 '예시예종(禮始禮終), 즉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나는 수련이라 한다. 예를 갖추고 내 앞에 놓인 상대와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검도의 본질이다. 번잡한 마음이 들 때면 전재현 대리는 검도장을 찾아 홀로 수련하거나 상대 선수와 대련에 임한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올 때, 눈앞에서 상대 선수가 검을 겨누는 장면을 마주하면 머릿속을 맴돌던 추상적인 문제들이 한순간에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 전재현 대리는 자신이 그 문제에 더욱 능동적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상대 선수와 대련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두려움이 자라납니다. 그러면 마음도 흐트러지고, 자세도 무너지며 결국 스스로 흔들리게 되죠. 검도는 그 와중에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수련이에요. 그게 가장 어렵지만 해냈을 때 비로소 대련의 시간을 온전히 견딜 수 있기에, 검도를 마치고 나면 내면이 한층 더 단단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검도에는 '조심해야 할 네 가지', 사계(四戒)가 있다. '경구의혹(驚懼疑惑)'이라 불리는 이 네 가지는 수련 중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방해 요소들이다. ‘경(驚)'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놀람, ‘구(懼)’는 상대의 체격이나 기합소리로 인한 두려움, '의(疑)'는 대련 상황에서 의심이 생겨 판단이 흐려지는 상태, '혹(惑)'은 방황하는 마음 속 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네 가지를 항상 유념하고 수련에 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 공부'로 이어진다고 전재현 대리는 말한다.
지도자과정을 목표로 쌓아가는 대련의 나날
“검도를 하고 난 후에는 반드시 복기를 해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실력도 향상되고, 수 싸움에도 훨씬 능숙해질 수 있으니까요. 복기가 끝나면 묵상을 통해 제 동작과 판단, 그리고 선택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전재현 대리는 검도 수련이 자신의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대련 후 복기를 하면서 상대와의 거리감을 되짚어보고, 자신이 과하게 뜨겁거나 지나치게 차갑지는 않았는지, 관계 속에서의 균형을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올해 안으로 5단을 취득하고, 장기적으로는 은퇴 후 자신만의 도장을 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우선 사범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앞으로도 더욱 깊이 있는 수련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저도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검도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마 이 운동을 하면서 제 자신이 변화하는 모습을 느끼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어온 것 같아요. 검도는 생각과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운동이에요. 정해진 규칙대로만 움직이는 운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수련이죠. 그렇기에 제가 수련한 만큼 기량이 늘어난다는 게 이 운동의 큰 장점입니다.” 검도에는 '수파리(守破離)'라는 개념이 있다. '기본을 충실히 익히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경지에 올라 스스로의 새로운 경지를 깨우친다'는 의미다. 이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고 체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필수적이다.
검도를 통해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다는 전재현 대리는 검도가 자신을 바꾼 부분도 있지만, 함께 운동한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존재였다고 말한다. 그는 검우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라며, 앞으로도 그 배움 안에서 검도의 정신에 기반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