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2025-12-17
국방기술 자립과 안보의식이 만드는 국민의 안전과 미래
- 글. 이택호 수원대학교 교수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의 역사이기도 했다. 고대 도시 국가가 돌과 흙을 쌓아 성곽을 세운 것은 적의 침입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보호 하기 위함이었다. 중세 유럽의 성채나 동양의 산성, 궁궐의 방어 체계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산업혁명 이후 화약과 대포가 등장하고 군수사업이 체계화되며, 방위력은 국가의 존립을 좌우하는 핵심동력이 됐다. 현대에 와서는 첨단 무기체계, 사이버 방위망, 원자력 기반의 국가 에너지 보호까지 방위의 개념은 한층 넓어졌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국민의 안전은 철저한 방어체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안보의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국가안보의 본질, 기술력과 안보의식의 결합
기술이 곧 안보가 되는 시대
국방기술은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기술 발전을 견인해 온 동력이었다. 고대 로마의 성벽과 도로는 군사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도시가 성장하고 교역이 이루어지는 밑거름이 됐다. 20세기 냉전 시대에는 군사기술이 통신, 인터넷,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으로 확산되며 민간 기술 발전을 선도했다.
오늘날 드론과 인공지능, 반도체, 원자력 기술 등도 대부분 국방 기술에서 비롯됐거나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분야다. 냉전 시기 군사적 필요로 탄생한 위성항법시스템(GPS), 제트엔진, 인터넷 등은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며 우리의 일상, 나아가 세계 경제를 바꾼 혁신의 동력이 됐다. 국방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이 민간 산업으로 이전, 확산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민간의 기술혁신은 다시 군사 분야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방기술의 자립은 단순한 안보 문제가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 및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기술력이 결여된 국방은 외부 의존에 취약하고, 안보의식이 부족한 사회는 아무리 앞선 기술을 보유해도 그 잠재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다. 기술과 의식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국민의 일상과 미래가 지켜진다.
국방기술 자립이 곧 국가 생존 전략인 이유
외부 의존이 초래하는 안보 리스크
많은 전문가들이 ‘국방기술의 자립은 곧 국가 생존의 전략’이라며 입을 모은다. 국제 정세가 불안할수록 핵심 무기와 에너지 기술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외부 의존의 덫에 갇히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 안보 위기와 사회 혼란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례로, 터키는 오랜 시간 미국산 F-16 전투기와 패트리엇(Patriot) 방공망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2019년, 미국과의 군사· 정치갈등으로 F-35전투기 프로그램에서 배제되면서 현대 전투기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고,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한국이 직면한 현실과 공동의 책임
한국 역시 지정학적으로 긴장된 환경에 있어, 국방기술 자립과 안보의식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여론조사에서도 다수의 국민이 ‘국민 안전을 위해 국방기술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군의 책임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의 연구개발, 학계의 인재 양성, 시민들이 안보의식까지 모두 맞물릴 때 비로소 완전한 안전망이 만들어진다.
기술과 안보의식이 지키는 국민의 일상
국방기술의 자립은 단순히 국경을 지키는 문제를 넘어, 국민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첨단감시· 정찰기술은 군사작전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 시 인명구조에도 활용된다. 사이버 보안 기술은 군사 기밀 보호는 물론, 금융 및 통신 등 민간 인프라의 안정성까지 책임진다. 원자력 안전 기술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며 국민 생활의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국방기술에 안보의식이 더해질 때 그 효과는 배가된다. 기술에만 의존하면 방심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의식만 있고 기술이 부족하면 그것은 공허한 구호가 될 뿐이다. 철저한 기술력과 성숙한 안보의식이 조화를 이룰 때, 국민의 삶이 비로소 안전해진다.
기술과 의식의 불균형이 만든 위기 사례
2010년 이란의 원자력 시설을 마비시킨 바이러스 스턱스넷(Stuxnet)은 기술과 의식의 불균형이 초래한 대표적 사례다. 이란은 원심분리기와 제어시스템이라는 첨단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이버 보안 의식과 방어 체계의 미비로 이를 지켜내지 못했고, 결국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위기를 겪었다.
준비된 국가만이 지킬 수 있는 미래
국방기술의 자립과 안보의식은 단지 오늘의 안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조건이기도 하다.
고대 성곽에서 시작된 인류의 방어 체계는 이제 우주 방위,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로 진화하고 있다. 역사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만 안전한 미래를 허락해왔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기술 자립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국민 모두가 안보의식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국가와 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일상은 더욱 안전해지고, 우리의 미래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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