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026-02-06
뜨개질로 엮어낸 삶의 균형 - 세아네트웍스 박수정 매니저
하루의 대부분을 사람과 조직을 상대하는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가 많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할 때도, 한번에 여러 정보가 밀려올 때도 있다. 세아네트웍스 박수정 매니저에게 뜨개질은 그런 일상의 과부하를 잠시 내려놓게 해주는 조용한 피난처 같은 존재다. 평일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말 오후 카페나 집에서 그는 고요한 리듬을 가진 또 다른 세계를 손끝으로 만들어낸다. 삶과 일의 속도를 맞춰 가며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박수정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코 또 한 코, 집중이 만들어주는 고요한 사생활
뜨개질과의 첫 만남
박수정 매니저가 뜨개질을 처음 만난 건 친구가 들고 있던 작은 지갑 때문이었다. 친구가 보여준 실로 짠 붕어빵 모양의 지갑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끌었다. 어디에서 구한 것이냐는 물음에 친구는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며 다른 작품들도 보여주었고, 그 순간부터 뜨개질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이 뜨개질로 만든 카드지갑 같은 소품을 자랑하더라고요. 그걸 보다보니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학원까지 갈 필요도 없고, 유튜브 영상만 봐도 충분하다길래 그냥 무작정 시작했어요. 어떤 실을 사야 하는지, 바늘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무엇부터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로요."
영상을 보며 한 코씩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실과 바늘의 움직임이 손에 익기 시작했다. 뜨개질의 규칙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을 정확하게 반복하려면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코를 하나만 놓쳐도 모양은 흐트러지고, 실수가 반복되면 전체 균형이 무너져버린다. 그래서일까. 뜨개질을 하는 동안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생각들이 자연스레 희미해진다.
업무의 긴장을 내려놓는 방식
"인사 업무는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정답도 없죠.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뜨개질로 푸는 것 같아요. 작품에 몰두하다 보면 생각이 사라집니다. 평소 다뤄야 하는 정보가 많아 머리가 아플 때도 있는데, 뜨개질을 할 때면 많은 것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요. 말 그대로 '쉼'이 되는 거죠."
업무 특성상 수시로 변화를 맞이해야 할 때면 머릿속이 무겁고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실을 잡고 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느려지면서 생각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뜨개질이 제게 그 역할을 합니다."
손끝에 쌓이는 시간, 완성으로 남는 순간
출근길과 일상 속의 작은 몰입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그는 조용히 뜨개질에 집중한다. 짧은 시간 몇 코밖에 뜨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손끝에 집중하는 순간이 주는 '비워짐'의 감각이다. 회사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순간이 많지만, 실과 바늘 앞에서는 무덤덤하고 느긋한 본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차이가 일상을 균형 있게 만들어준다.
"처음 시작은 네잎클로버 같은 작은 소품이었어요. 그러다 점점 복조리, 지갑, 에어팟 케이스, 최근에는 인형 옷도 만들었죠. 특히 인형 옷은 귀여워 보이지만 섬세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이라 더 깊게 몰입하게 돼요.
가장 오래 남은 하나의 완성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산리오 캐릭터 모자다. 양쪽 귀의 대칭이 완벽해야 모양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은 배로 들지만, 그래서 더 보람이 있다.
조금이라도 대칭이 어긋나면 처음부터 다시 뜨기를 반복했고, 약 두 시간이 지나서야 만족스러운 형태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성취감은 꽤 컸다.
"완성한 작품들 대부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요. 친구들이 '팔아도 되겠다'라고 말해주면 괜스레 뿌듯합니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뜨개질을 하다가 관심을 보이는 분께 간단히 방법을 알려드린 적도 있어요. 취미를 통해 자연스럽게 타인과 연결되는 순간들이 참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그 작은 순간들이 모이고 쌓이면 더 큰 기쁨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머니께 카드지갑을 선물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어머니가 "나 카드지갑 필요한데"라고 하신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아서다.
"아직은 사람이 쓰는 모자나 가방 같은 큰 작품을 도전하기엔 좀 더 준비가 필요해요.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뜨개질로 만들어지는 건 단순한 편물이 아니라 관계의 온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작은 확신인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 제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취미가 만들어준 삶의 여백
다시 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
뜨개질을 시작한 후, 박수정 매니저의 일상에는 미묘하면서도 확실한 변화가 찾아왔다. 무엇이든 빨리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진 것이다. 뜨개질은 실수를 해도 풀면 되고, 또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 단순한 원리가 삶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시간을 들이면 결국 해결된다"라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퇴근 후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일에 임하는 태도도 더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오늘 업무를 잘 마치면 바늘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죠. 취미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뜻밖의 지렛대가 된 셈이에요."
그는 누구에게나 뜨개질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한다. 실과 바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고, 독학으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손에 남는 완성품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
"취미는 삶에 작은 듯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요. 불건전한 것만 아니라면 어떤 취미든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박수정 매니저에게 뜨개질은 단순한 시간 보내기가 아니다. 스스로의 속도를 조절하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하루를 조금 더 여유 있게 만들어주는 삶의 부캐이자 쉼의 기술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 들어 차갑고도 따뜻한, 모순된 열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동시에 실과 바늘로 만들어가는 이 작은 세계가 앞으로도 그의 일상을 단단하게 떠받쳐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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