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2025-09-24
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 속 K-방산의 심장, 항공∙방산 소재 기술의 미래
- 글. 세아항공방산소재 연구소 장창범 소장
방위산업의 중요성과 공급망 안정성

최근 글로벌 경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확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전략 산업 기술의 자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항공 및 방산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분야로, 이 분야에서 요구되는 소재 기술의 역할과 경쟁력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로 글로벌 군비 지출은 2024년에 2조 7,18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전년 대비 9.4% 증가해 1988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항공·방산 소재 공급망 안정성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군비 지출 증가와 리스크 확대

과거에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글로벌 분업화된 공급망을 통해 필요한 소재를 조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적, 경제적, 안보적 이유로 공급망이 언제든 단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최근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산 알루미늄·구리·니켈 제재에서도 확인된다. 양국 정부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24년 4월 13일 이후 생산된 러시아산 금속의 신규 워런트 발행을 금지해 거래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 소재의 가격 변동성과 조달 리스크를 상시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방산 핵심 소재의 자립 필요성

이외에도 항공기 동체와 날개에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2024, 7075 등)과 같은 핵심 소재는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수급 불안정이 발생할 경우 생산 차질과 국방력 약화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핵심 소재의 국산화와 실용화 기술 확보는 산업 경쟁력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K-방산 수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항공∙방산 소재 기술은 경량화, 고기능화, 다기능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항공기 동체와 전투기 부품에는 기존 금속 소재보다 가볍고 강도가 높은 신규 알루미늄 합금이나 복합재료가 적용되고 있으며, 적층 제조(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소재의 물성을 최적화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GE의 Auburn 공장은 LEAP 엔진용 연료 노즐 팁 10만 개 이상을 적층제조로 생산해 항공 분야 AM이 연구 단계를 넘어 양산 단계에 들어섰음을 입증했다. 또한, 보잉 787의 구조는 약 50%가 탄소복합재로 구성되어 있어, 복합재·알루미늄·티타늄의 '적재적소' 조합이 항공 구조재의 주류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기술 진화는 항공기와 방산 장비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며, 궁극적으로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동력이 된다.
주요 수출 성과와 새로운 기회

세아항공방산소재는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과 소재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1973년 방산물자 지정업체로 지정된 이후 국가 방위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왔으며, 1996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적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BOEING)으로부터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소재 기술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이며, 2024년부터는 TIER1 자격으로 보잉에 직접 소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항공 산업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절충교역과 품질 승인 체계의 역할
국내적으로도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주요 항공 및 방산 기업에 항공기 동체∙날개용 소재 및 방산용 금속부품을 공급하며 국산화에 기여해왔다.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세아항공방산소재의 기술력과 미래 전략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흐름 속에서 국내 항공∙방산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도출된다.
첫째, 핵심 소재의 자립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안정적인 소재 수급은 곧 생산 안정성과 국가 안보로 직결된다.
둘째, 기술 선도적 연구 개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변화하는 전장 환경과 기술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소재와 가공 기술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절충교역(Offset program)을 통한 품질 승인(Qualification)이 중요하다. 정부와 생산업체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절충교역 기반의 계약부터 납품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방산 수출은 2024년에 조정 국면을 겪었으나, 2025년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타결로 대형 수요가 재개되는 흐름이다. 또한, 항공 분야에서도 2025년 6월 필리핀과의 FA-50 12대 추가 계약 체결을 계기로 수출 다변화와 현지 협력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오프셋, 현지생산, 품질승인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궁극적으로 소재와 부품의 자립은 단순한 국산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방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세아항공방산소재는 앞으로도 국내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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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세아항공방산소재 기술연구소 장창범 소장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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